2025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말러 ‘부활’ ①

서울시립교향악단

  • 정기공연
  • 2025.01.16
  • 유료
  • 서울
  • 지휘자:얍 판 츠베덴 Jaap van Zweden, Conductor합창단
  • 프로그램: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Mahler,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 가격:R 150,000 S 120,000 A 80,000 B 40,000 C 10,000

 

 

프로그램노트

구스타프 말러(1860-1911), 교향곡 제2번 ‘부활’(1888~1894년 작곡, 1903년 개정)
 

Gustav Mahler,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곡은 2번 ‘부활’이다. 그가 교향곡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린 기간이 대부분 2년을 크게 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2번의 작곡에 소요된 6년은 확실히 긴 시간에 해당한다. 반면 이 교향곡은 교향곡 6번과 더불어 말러 교향곡 중 가장 통일성이 강하고 독일 오스트리아의 전통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교향곡 1번 ‘거인’이 청년 작곡가의 1인칭 관점을 투영하고 있다면 2번은 온 인류의 근원적인 고민을 교향곡으로 풀어낸 역작이다. 말러는 이 곡의 1악장에서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왜 사는가?”, “왜 고통 받는가?”, “모든 것은 단지 거대한 농담에 불과한가?” 누구나 삶의 도정 가운데서 한 번쯤 자신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작곡가는 피날레에서 자신이 쓴 가사를 통해 그 해답을 인간의 목소리로 들려 준다. “오, 믿으라. 너는 헛되이 태어나지 않았다!” “네가 받은 고통으로 인해 신에게로 인도되리라!” “네가 바라던 것, 네가 사랑했던 것, 네가 쟁취하고자 했던 것이 다 네 것이 되리.”

 1악장의 도입은 바그너 <발퀴레>와 베토벤 교향곡 5번의 ‘랑데부’와도 같다. 말러는 여기서 <발퀴레>의 극적이고 오페라적인 스타일과 베토벤의 숙명적인 조성 C단조를 능숙하게 결합하려 했다. 개시 악장은 본래 단독적인 교향시로 작곡된 것으로 ‘장송 의식’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곡은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초연 지휘자이자 함부르크 카펠마이스터 시절 선배이기도 했던 한스 폰 뷜로의 경멸적인 반응을 겪어야만 했다. 일화에 의하면 뷜로는 말러의 열정적인 피아노 시연을 한참 동안 귀를 막고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존경하는 선배라 할지라도 이러한 모욕을 유쾌하게 넘길 예술가는 드물 것이다.

 오랜 상심 끝에 다행히도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 지역 슈타인바흐에 작곡을 위해 마련한 오두막 덕분에 말러는 2악장에서 4악장까지 작곡을 순조롭게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과거의 회상, 한 줄기 햇살’이라 언급한 2악장은 전곡 가운데에서 가장 편안한 분위기의 곡이다. 민속적인 렌틀러 선율이 부드러운 분위기와 격한 에피소드를 거느리며 예측 가능하게 되돌아오는 형식을 지니고 있다.

 3악장과 4악장은 모두 말러의 가곡집 『소년의 마술 뿔피리』와 관련이 있다. 3악장은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성 안토니우스’를 재작업한 교향적 스케르초이며, 4악장 ‘근원의 빛’은 가곡을 통째로 오케스트라 리트로 전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3악장은 ‘부활’ 가운데서 가장 시니컬하고 모던한 곡이다. 인생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결국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것처럼 허무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곡이다. 일반적인 클라리넷보다 짧은 길이의 E♭ 클라리넷의 조야한 음색이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의 마녀 연회 장면의 향수를 자극하며, 아이러니와 절규가 광포한 사운드 속에 ‘지옥도’를 형성한다.

 알토의 독창으로 도입되는 4악장은 소박한 구원을 상징하면서 다가올 피날레의 프리퀄* 역할을 한다. 이 곡은 인간이 고난과 고통 속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가사의 내용을 보면 넓은 길을 따라 편하게 천국에 이르고 싶은 자를 천사가 바로 돌려보낸다. 구원에 이르는 길은 결국 험하고 좁은 길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말러의 교향곡 가운데서 가장 구상하기 어려운 것은 단연코 2번의 피날레였다. 그토록 인생의 심각한 주제를 던진 개시 악장에 완벽히 부응하는 웅대한 악장을 떠올리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것일까. 작곡가는 특히 교향곡에 합창을 도입하려는 계획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아류나 모방으로 여겨질까 두려워했다. 그러나 피날레의 운명은 뜻하지 않게 순항의 궤도에 오르게 된다.

 결국 한스 폰 뷜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결국 곡의 완성을 인도하게 되었다. 그의 추모식에서 공연된 클롭슈토크의 종교시 ‘부활’이 합창으로 불리는 순간 말러는 피날레의 영감을 바로 떠올렸다고 한다. 말러의 표현에 따르면 ‘신성한 수태’의 순간이다. 30분이 넘게 소요되는 5악장은 말러 음악의 거대함을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교향적 칸타타이다. 소프라노 독창, 혼성 합창단, 트럼펫 제5, 6주자, 오프 스테이지에 배치된 브라스 밴드와 타악기, 파이프 오르간, 교회 종은 오로지 마지막 악장을 위해 존재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곡의 피날레 지향성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교향곡 2번은 초연 당시 비평가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말러 당대에 청중의 깊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말러가 1907년 빈 궁정 오페라극장의 감독직을 사임하고 고별 무대에 올렸던 곡도 ‘부활’이었다.

* 프리퀄prequel: 원작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작품.

 

악기 편성

chorus solo SA

4[1/pic3rd.2/pic4th.3/pic1st.4/pic2nd.] 4[1.2.3/eh1st.4/eh2nd.] 5[1.2.3/ bcla.4/Ebcl2nd.Ebcl1st.] 4[1.2.3/cbn.4/cbn.] - 10[incl.7th.~10th. horn players on&off-stage] 10[incl. 4tps in 5th. mvt off-stage only] 4 1 - 3timp[incl. tmp in 5th mvt off-stage] - 2hp - organ - str.

Percussion : bd, cym, us cym, 3tri, 3sd, glock, 2 tamtams, 3 bells (indefinite pitch), rute, tmp(additional in 5th.mvt off-stage)

Offstage : 4Horn players (7th.~10th. horn player), 4Trumpet players, percussions(timpani, triangle, Grosse Trommel und Becken)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독창

합창단

플루트 4(모든 주자 피콜로 연주를 겸함) 오보에 4(제3, 4주자는 잉글리시 호른 연주를 겸함) 클라리넷 4(제3주자는 베이스 클라리넷, 제4주자는 E♭클라리넷 연주를 겸함) E♭클라리넷 바순 4(제3, 4주자는 콘트라바순 연주를 겸함) 호른 10(제7~10주자는 오프 스테이지 연주) 트럼펫 10(4명의 주자는 5악장에서 오프 스테이지 연주) 트롬본 4 튜바 1 팀파니 3(1명의 주자는 5악장에서 오프 스테이지 연주) 하프 2 오르간 현 5부

타악기: 베이스 드럼, 심벌즈, 트라이앵글 3, 스네어 드럼 3, 글로켄슈필, 탐탐 2, 벨 3, 류트 
오프 스테이지: 호른 4, 트럼펫 4, 타악기(팀파니, 트라이앵글, 베이스 드럼, 심벌즈)

김문경 음악 칼럼니스트·변리사